[여의도풍향계] '집권여당 '42표' 파란의 함의…차기 당권 향배는
[앵커]
최근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깜짝 돌풍이 불었습니다.
당내 비주류로 분류됐던 재선 이용호 의원이 5선 주호영 의원과의 맞대결에서 예상을 넘는 선전을 거둔 것인데요.
차기 당권을 둘러싼 역학구도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최지숙 기자가 이번 주 여의도 풍향계에서 살펴봤습니다.
[기자]
장기간의 혼란상에 내상을 입은 집권 여당이 거듭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새 비상대책위원장에 새 원내대표도 선출했는데, 최근 이 원내대표 선거에선 한 가지 파란이 일었습니다.
'윤심'의 향배만 좇던 국민의힘에 어떤 속사정이 생겼는지, 좀 들여다보겠습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혼란상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한 뒤, 새 원내대표 자리를 놓고 '주호영 추대론'이 거론됐습니다.
앞서 1기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5선 주호영 의원이 당의 안정을 이끌 적임자로 또 한 번 지목된 것입니다.
박대출, 윤재옥, 조해진 등 다수 의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당내 '친윤' 그룹을 중심으로 추대설에 힘이 실리며 이들은 도전을 멈췄습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 속에 재선 이용호 의원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내걸고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요즘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선생님 의중 따라 가지 않습니다. 더구나 집권여당이 대통령실만 보고 간다면 뭐가 되겠습니까."
주 의원도 원내대표 후보에 등록하며 경선이 치러지게 됐고.
"당의 위기가 아직 완전히 수습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우리 당의 상황에서 제 역할이 필요하니 피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대다수는 주 의원의 압도적 승리를 점쳤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6 대 4. 이 의원은 총 106표 중 42표를 가져가며 유의미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이용호 의원이 받아 간 42표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입당 9개월, 호남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출신 의원이 친윤계의 지지를 받는 5선 의원과의 맞대결에서 선전한 것인데, 그 함의에 이목이 쏠렸습니다.
이 의원은 이변이 아닌, 당심의 기저가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의원들의 마음은 이미 그렇게 자리매김 하고 있었다 이렇게 보고요, 원내대표 경선이 국민의힘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줬다…"
당 안팎에선 다양한 관측이 나왔습니다.
우선, '윤심'만 바라보며 한목소리를 강조해 온 당 주류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는 분석입니다.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비대위원장 인선 등 주요 의제마다 친윤계를 중심으로 분위기가 형성되고 박수로 추인하는 형태가 반복되며, 앞서 당내 일부 의원들은 반감을 표출했습니다.
민주적 정당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었습니다.
일각에선 권성동, 장제원 의원 간 갈등설과 같은 '친윤' 그룹의 분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나왔는데요.
그러나 다수 의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장기화 한 내홍에 대한 피로감입니다.
대선과 지방선거 연승에도, 민생과는 무관한 당내 주도권 다툼이 이어진 지 벌써 수 개월.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중징계 결정 후 이 전 대표와 친윤 그룹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하락세에 접어들었습니다.
정치적 해법의 실마리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가운데, 당의 명운이 사법부에 맡겨진 상황.
"처분적인 당헌 개정이기 때문에 법원에서 큰 고민 없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오는 28일에도 이 전 대표가 낸 추가 가처분 심문 결과에 따라 '정진석 비대위'의 순항 여부가 결정됩니다.
"저희는 법원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고 다른 방도가 없죠."
끝 모르는 정쟁의 수렁 속에, 당의 방향성에 대한 위기감과 변화에 대한 욕구가 함께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차기 당권 구도도 술렁이고 있습니다.
김기현, 안철수 두 의원의 양자 대결 구도에서 나아가,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다층 전선이 펼쳐질 가능성도 나옵니다.
나경원, 유승민, 윤상현, 조경태 등 다양한 전·현직 의원들이 자천타천, 당권 도전을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윤심 일변도'의 당내 분위기에 변화의 기류가 확인되며,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김기현, 안철수 의원도 '윤심'에만 호소하기보다 전략을 다변화하는 모양새입니다.
당내 토론 모임에서 시작해, 최근에는 전국 단위로 보폭을 넓혀 지역 순회 간담회 등을 진행 중인데요.
안 의원은 중도 정치, 김 의원은 대야(對野) 대응으로 각각 차별화한 역량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당을 개혁적인 중도보수 정당으로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중도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 승리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상직 전 의원의 경우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의 취업과 관련한 여러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에 뒷배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고…"
한편에선 지난 전당대회처럼 '포스트 이준석'이 등판할 가능성도 나옵니다.
전당대회가 일러야 내년 초로 예상되는 가운데, 새 얼굴이 판세를 흔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차기 당대표는 22대 총선 공천권을 쥐는 만큼, 생환이 곧 생존인 국회의원들에게는 공천 유불리가 주요 기제가 될 수밖에 없을 전망입니다.
'친박'이냐 '비박'이냐, 또 '친문'이냐 '비문'이냐. 치열한 당내 다툼이 벌어졌었지만 '순혈주의'의 종착역은 결국 공멸이었습니다.
정치권에서 흔히 회자되는 사자성어 중 '군주민수(君舟民水)'가 있는데요.
강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는 뜻입니다.
'윤심'의 향배에 앞서, '민심'의 흐름을 좇아야 한다는 엄중한 경고의 목소리에 집권여당이 더 귀를 기울일지 지켜볼 일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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